토가이누의 피 한국어 패치 비화 및 내부 데이터
한패 프로젝트 2대 PM의 작업 과정 정리
나는 토가이누 한패 프로젝트의 2대 PM(프로젝트 매니저)이다. 원래 1대 PM이 있었으나, 연락이 급작스럽게 두절되어 작업이 중단될 상황이었다고 한다.(나중에 들은 바로는 1대 PM에 관해서는 불의의 사정이 있었다고 함.)
그래서 기존 작업자들 중 번역자의 요청을 받고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요청 당시, 사연이 매우 절실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이에 도움을 주기로 결심했다.
작업 환경과 초기 어려움
자료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패치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커맨드나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되지 않았다. 그래도 1대 PM이 기술 관련을 혼자 맡았을테니 당연한 거긴 하다.
새 번역이 선택된 이유
처음에는 기존 번역 데이터를 이식하는 것이 마감 기한을 맞추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여 이를 제안했다. 그러나 번역자는 자신의 번역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이식 방안을 거절했다.
과거 DMMd 프로젝트에서도 툴 적응과 번역 재검수, 테스트까지 2개월 이상 걸린 경험이 있었고, 토가이누의 마감 일정이 특히 빡센 점을 감안했을 때 기존 번역을 활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단독으로 작업을 진행했다면, 기존 번역을 이식하고 추가 요소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 이야기
스크립트 내에는 개발 당시 직원들의 주석(코멘트)이 남아 있었는데, 공략 캐릭터들을 ‘공략 히로인’이라고 표기한 것이 흥미로웠다. 니트로플러스가 BL을 처음 만들다 보니 기존 미연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DMMd에서는 ‘공략 캐릭터’라고 명확히 구분한 것을 보아, 이후 작품을 만들면서 BL 게임의 표현 방식에 대한 감을 잡아간 것으로 추측된다.
트루블러드 역이식 비화
아이폰 버전을 기반으로 역이식을 진행했다. 당시에는 아이폰에서 파일을 추출하려면 탈옥이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캡처 및 녹화 기능을 이용해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재현했다. 번역자가 모바일 버전을 결제했기에 캡쳐 소스를 부탁해서 받았으나, 점점 부탁으로 작업을 연계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판단하여 나도 직접 결제하여 캡쳐 데이터를 확보했다.
다시 돌아보면 정말 사람이 할 일이 아니었다. 여러분, 이런 방식은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CG 작업도 극한의 수작업이었다. 인물 스프라이트까지 전부 누끼를 따서 재현해야 했으며, 나중에 확인해보니 원본 해상도가 낮아 지금의 결과물이 최적화된 상태였다.
스크립트 작업
스크립트는 완전히 수작업으로 진행되었다. 모바일판 동영상을 참고하며 연출을 추측해가며 일일이 작성해야 했으며, 특히 카즈이가 등장하는 장면은 만 하루가 걸릴 정도로 복잡한 작업이었다. 이 모든 작업을 마치고 난 후, 일본 트위터 실트(평소에 일본으로 설정해둠)에 ‘스쿨데이즈’가 올라온 것을 보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스쿨데이즈의 주인공 성우와 카즈이 성우가 동일하기 때문이었다.
(그때가 크리스마스였는데 일본에선 그 시기에 스쿨데이즈를 재방송하는 경우가 있다.)
음성 작업
음성도 전부 녹음해서 수동으로 잘라내야 했다. 특히 린 루트의 추가 대사에서 시키와 대화하는 장면(그 ‘통수’ 장면)에서 린의 “……”이라는 보이스 시작 부분에 원래 ‘뽁’ 하는 잡음이 섞여 있었다. 이는 공식의 실수로 판단하고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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