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메 게임] 암네시아(AMNESIA) 감상


오토메 게임 <암네시아>를 플레이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과 아쉬운 점을 작성해 보았다.

전부 플레이했다는 전제 하에 작성했으므로 스포일러 주의.

 
서론

사실 오토메 게임은 잘 몰랐는데, 어느 날 VNDB를 보다가
<암네시아>가 오토메 게임 인기 최상단에 올라 있는 걸 보고 흥미가 생겼다.
그게 이 작품을 접하게 된 계기였다.


효감 요소


공략 캐릭터들

스타트부터 비호감을 찍은 캐릭더가 과반수였는데 루트를 따라가 보니까 정이 많이 들었다.


특히 잇키 루트는 초장부터 팬클럽 여자애들이 
"꺄아~ 잇키사마~"
"옵빠아~~" 
이러면서 몰려드는 데다가,

그걸 본 오리온이 곧장 
"...네 남친 아닌가 보다^^" 
라는 식으로 비호감 표시를 했다. 
(욕 안 하면서 욕하기 최고봉인듯)

하도 봐서 눈에 익었다


근데 다 끝나고 보니까 작가가 꽤 자신있게 투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놈 비호감이지? 근데 루트 끝까지 보고도 그 소리 할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고객들에게 도전장을 던졌다는 생각이 들더라.



호감 요소2: 오리온의 역할

2-1) 주인공 역할 분담

주인공은 기억이 사라진 영향인지 대사는 거의 없는 모습을 보인다.
그 원인 제공자인 오리온이 책임지고 붙어다니면서 이것저것 설명해주는데,
이건 주인공의 서술시점을 대신하는 걸로 보였다.
"이 기억은 뭐야?!"
"00캐릭터는 안 그런 척해도 은근히 널 신경쓰나 봐"

위의 대사처럼 오리온은 플레이어에게 정보를 자연스레 제공했다.

2-2) 시나리오 조절

"오 사장님, 이 가게 주인이자 산장 주인인 당신이 어쩐 일이시죠?"
"토마! 친절한 설명 고마워!"
현실적으로 놓고 보면 부자연스러운 대사였을텐데 오리온이 재치있게 받아줬다.


사와. 주인공의 친구다.

그 외에도 사와는 이것저것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애인데,
위와 마찬가지로 오리온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덕에 텍스트 피로감이 줄어들었다.


문제 요소

(이 친구만으로 모든 게 설명된다)

문제1 - 신 루트

신 루트에서 주인공에게 상해를 입힌 범인은 토마였다. 
범행 동기도 나오고 그러는데...
기소유예 처리는 좋다만 규모 대비 너무 얼렁뚱땅 처리한 감이 있었다. 
주인공 입원, 신 누명, 경찰 출동 등 스케일이 작지 않은 건인데도 말이다.

"기소유예 처리됐대" 정도가 아니라 토마를 적극적으로 빼내려는 묘사가 필요했다고 본다. 
피해자인 주인공과 피의자로 몰렸던 신이 적극적으로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면
 찜찜한 기분은 없었을 테지. 

혹은 시원하게 감방 보내거나...
(공략 캐릭터일 놈한테 범죄자 딱지 붙이면 이미지 손상이 생기겠지만...)

문제2 - 토마 루트

1) 범죄로서의 무게감

토마 루트는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토마를 다시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주인공은 외부의 알 수 없는 세력에게 점점 심한 괴롭힘을 당한다.
이로 인해, 토마는 허락 없이는 외출 금지를 요구하는 등 보호 성향이 과하게 나왔다.
결국 그것이 극단적으로 발현되어, 주인공을 자신의 집에 감금하고
약물(수면제)를 강제 복용시키는 등 범죄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위의 내용대로면 현실이면 DV로 해석될 사안이다.
즉 사랑하고 나발이고 이전에 무조건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건이다.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창작물이니까 납득하게만 잘 쓰면 플레이어들도 이해할 내용이다.

2) 플레이어가 납득할 요소 부족

이어서 쓰면, 알고보니 토마가 집착하는 모습 자체가 주인공의 계획이었다.
다른 공략 캐릭터인 잇키와 짜고 연인관계를 연출함으로서 토마에게 질투심을 심어넣는 목적이었다고.
문제는 주인공이 감금까지 예상했다는 내용이 없음.
이러니까 납득 못하는 고객이 생길 수 있다.
주인공이 토마를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한들 말이다.

아니, 토마가 폭주하고 후회한 흐름은 잘 쓰고 그랬는데 왜 정작 거기서 터뜨리세요...

3) 보완 가능했던 장면 연출 예시

이런 식으로 보완하면 어땠을까.
주인공은 처음부터 토마의 극단적인 행동까지 염두에 뒀다는 식으로 말이다.

예를 들어 잇키가 이런 물음을 던지고 주인공이 대답한다 치자.
"질투심을 일으키는 건 좋지만 그게 너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느냐."
"무섭겠지만 그것만이 토마의 진심을 확인할 기회라면 난 무조건 하겠다."
이런 내용이 었었으면 무력하게 감금당한 피해자가 아닌,
 위험을 각오하고 뛰어든 무모한 사랑꾼으로 해석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기억 찾은 뒤에
"작전은... 성공했구나..."
이런 대사를 썼으면 주인공은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말이다.
막판에 오리온이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괜찮아?"라는 식으로 걱정한 걸 보면 작가도 수습 못했단 생각이 들더라.

4) 결론: 작가의 처리 미숙

요약하자면 작가가 범죄 관련으로는 처리가 미숙하다고 느꼈다.
특히 토마 루트는 몇 줄만 더 붙였어도 완성도가 더 높았을텐데 아쉬웠음.

사소하게 아쉬운 요소

우쿄 루트는 아무래도 진실이 공개되는 내용이다 보니 엔딩곡에 변화를 줬으면 더 인상 깊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1절 대신 2절 가사를 넣거나 풀버전용 간주를 사용했으면 여운이 더 강하게 남았을 것 같다.

마치며

쓰다보니까 단점 분량이 커졌는데...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니 (특히 입문자에게는) 추천

그리고 딴 소리지만


제 정실은 켄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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