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가이누의 피 TB판 비교 분석: 라인이 비타민 드링크로 바뀐 순간
-관련글: 토가이누 TB판과 무인판 비교글
도입부
원래 단순 비교글만 쓰려고 했지만, 비교를 할수록 설정 오류가 나거나 작품 자체가 상당히 달라졌단 인상이 들어 작성 방향을 바꾸었다.
변경분을 중점으로 보고 싶다면 상단에 링크한 관련글을 열람하면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스포일러 주의
-독자가 원작인 성인용을 플레이했단 전제 하에 작성했으며, 양쪽 버전의 케이스케 루트 핵심을 언급합니다.
1. 연령 조작
<공통루트>
무인판: “그래 봤자, 아키라 안 마시지 않았냐.”
TB판: “그래 봤자, 아키라 안 마시지 않았냐. 우리처럼 이제 마실 나이지?” 아키라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모토미루트>
무인판: “괜찮으니까. 피워 봐라.”
TB판: “해도 되는 나이 아니냐? 괜찮으니까. 피워 봐라.”
개뜬금없이 추가된 대사 몇 줄.
TB판에서는 삭제되거나 수정된 대사가 상당수 존재하는데,
연령 관련 내용이 추가된 건 상술한 공통루트와 모토미 루트 단 두군데였다.
공통적으로 술, 담배를 권하는 장면이었고 모토미 루트는 흡연까지 묘사했다.
참고로 TB를 심의한 기관인 CERO는 미성년자에게 술, 담배를 권장하는 요소는 표현 금지에 속한다. 이러한 내용은 넣지 말아야 하거나 수정하지 않으면 발매 불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단 뜻.
즉 심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걸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사정은 어쩔 수 없는데 설정구멍 하나 제대로 나 버린 꼴.
이런 몸사리기는 다른 게임도 비슷하게 관찰되고 있는데,
아래의 경우처럼 미성년자들끼리 술 먹었냐는 농담도 함부로 못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선배~ 설마 미성년자가 마시면 안 되는 걸 마신 건 아니죠~?"
토가이누의 경우 PV나 설정집 등도 보면 소년이나 10대 추정 등
미성년자라는 암시 혹은 여지를 남기는데,
결과적으로는 전연령판 게임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형국이 됐다.
나이 관련 TMI
나는 원작을 했을 때 아키라를 성인이라 여겼던 걸로 기억하는데,
근거는 그를 '청년(青年)'으로 칭한 대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 일본 행정 기준(후생노동성)상
청년은 15세 이상부터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다.
즉 10대 청소년도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였던 것.
아무래도 일본도 아청법 비스무리한 게 있다 보니까
일부러 연령을 포괄적으로 표현한 결과인 듯.
그래서 심의 회피로 쓰인 전형적인 사례라고 판단함.
(학원물 야겜으로 치면 고등학생을 학생으로 바꿔 쓰듯이 말이다.)
이 연령문제가 해결되고나니 아키라의 캐릭터 설정의도가
전보다 선명하게 파악되었다.
자아가 불안정하고 어른한테 반항하고 세상과 단절된 느낌의…
어려운 환경에 놓인 고등학생 주인공이 많이 떠오르더라.
라인 설정 대격변
마약을 영양제로 바꿨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고 말장난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사를 확인해 보니…
무인판 “여기서는 당연한 듯이 나돌고 있는 액체타입의 마약이다. 1, 2방울 핥으면 신경이 흥분하고, 피로감이 없어지고, 몸이 가볍게 느껴지고, 근력도 붙는듯한 기분이 들지.”
전연령판 “여기서는 당연한 듯이 나돌고 있는 액체타입의 영양제 같은 물건이다. 한 병 마시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피로감이 사라진다더라. 게다가 몸이 가볍게 느껴지고 힘이 솟아나는 기분이 든다고도 들었지.”
그리고 내가 받아들였을 때의 느낌은 이랬다.
무인판 "액체 타입 마약이다. 1, 2방울만으로도 파워가 강해지지. 금단증상도 있고 많이 쓰면 죽을 위험도 있는 약이야. 하지만 다들 일 레가 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쓰는 실정이지."
전연령판 "액체 타입의 영양제 같은 거야~ 한 병 마시면 기분 좋아지고 피로도 사라지고 힘도 나는 것 같다나~?"\(`∀´)ノ
원작에서 라인은 명백히 ‘불법 약물’이었다.
한두 방울만으로도 신체와 정신이 흥분 상태로 변하고, 중독·금단·파멸이 뒤따랐다.
그런데 TB판에서는 묘사가 ‘영양제 같은 물건’으로 바뀌었다.
한 병을 마시면 피로가 사라지고 힘이 솟는다는, 거의 비타민 음료 광고 같은 설명이 됐다.
단순히 수위 조절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설정 변화는 후반부 전개에까지 영향을 줬다.
케이스케 루트: 오로나민C 마시고 폭주함
원작에서는 라인이 케이스케의 타락을 촉발한 주요 원인이었으나,
TB판에서는 라인의 영향이 사라지거나 아주 드문 부작용 정도로 축소된다.
결과적으로 타락의 기폭제가 사라지니,
케이스케 루트는 아무 예고 없이 폭주하는 급발진이 된 셈이다.
게다가 이 ‘드문 부작용’이 딱 사건 타이밍에 맞춰 발현되었다.
이렇게 되면 비극적 몰락이 아니라
“오로나민C 마시다가 SSR급 부작용 0.7% 픽업에 걸린 불운한 사람”이 돼버린다.
원작: “위험을 각오하고 불법 약물을 쓴 결과, 인간이 망가졌다”
TB: “음료 마셨는데 운 나쁘게 폭주함.”
결국 후반부의 케이스케는 폭주했던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원작의 비극적인 무게감이 사라지고 남은 건
민폐 캐릭터가 된 케이스케라는 해석뿐이었다.
??? "뭐? 힘이 폭주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스바라시!!!!"
가만히 생각해보니, 라인을 뿌려대던 비스키오 분들도 이 소식을 들으면 화들짝 놀랄 것 같다.
부작용 조건만 알아내서 강력한 약을 개발해내면 떼돈을 벌테니까.
뭐… 본편 종료 시점에선 전쟁이니 이그라니 조직이니 다 끝장났으니 의미 없는 연구가 되려나?
대안
그러다보니까 대안이 떠오른다.
그런 상황에서 케이스케가 변태가면한테 가서
강해질 방법에 대해 묻는다면 넌지시 답해줄 조건은 되겠네.
(tb판은 변태가 없으니 걍 가면이 되나?)
가면 "흠~ 글쎄다, 장기 생존자일수록 부작용 발현이 더 잦다나 뭐라나…?"
이런 식이면 케이스케가 라인 가챠를 가지고 300연 천장을 치든 뭐하든…
광적인 집착을 하며 방법을 실행하면 어땠을까.
적어도 부작용 얻어걸리기보다는 원작의 감성을 살리지 않았을까 싶다.
대안의 문제점
물론 여기까지 가면 심의기관에서 “약물 오남용 미화”라며
바로 제동을 걸 가능성이 없지는 없다.
…네, 그럼 희망이 없습니다.
깔끔하게 포기합시다.
마치며
평소보다 풍자톤이 강해졌으나,
작업 당시 황당했던 감정을 부정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가벼운 농담과 함께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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